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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화폐의 도입

by moneyfreedom 2023.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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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화폐

자유 화폐의 도입과 함께 돈의 역할은 우산과 같은 보호 수단으로 축소돼 왔다. 즉, 돈을 빌려주며 친구들과 지인들끼리 서로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돈이 강제로 유통될 수박에 없으니 누구도 돈을 비축하지 않고 비축할 수도 없다. 그러나 아무도 돈을 비축할 수 없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비축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 돈이 중단 없이 지속적으로 유통되기 때문이다.

 

1. 교환 수단과 가치저장 수단으로써의 돈의 기능

현대 경제학에서 '보편적 수단'과 '보편적 목적'에 상응하는 말은 '교환 수단'과 '가치저장 수단'일 것이다. 이 두 가지 기능을 분리시키는 것이 역이자의 효과이며, 이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돈의 기능을 교환 수단과 가치저장 수단으로 정의하지만 이 두 기능을 하나의 대상에 결합시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교환 수단으로써의 돈은 순환을 요구하지만, 가치저장 수단으로써의 돈은 순환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모순이 수 세기 동안 개인의 부와 사회적 부 사이의 갈등을 유발해 왔다.

 

개인적 부와 사회적 부의 갈등은 이 시대를 지배하는 원자론적 자아 개념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갈등을 해결할 화폐 시스템은 인간 의식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오늘날 돈이 '내가 많이 가질수록 너는 적게 갖는다'라는 원칙을 구현하고 있다면, 가진 사람이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선물 경제에서는 상대방의 이익이 곧 내 이익이 될 것이다. 선물은 자기 자신과 별개가 아니면서도 자기보다 더 큰 무언가에 참여한다는 신비로운 깨달음을 준다. 자아의 범위가 확장되어 타인을 포함하게 되면 합리적 자기 이익 추구라는 자명한 원칙도 변한다. 이런 선물의 속성을 돈에 불어넣을 수는 없을까?

 

2. 자유 화폐와 부의 의미

자유 화폐 기반의 경제에서 부의 의미는 지금과 전혀 다르며, 오히려 선물 기반의 원시적 사회와 많이 비슷할 것이다.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살았던 수렵, 채집 사회에서 소유물은 말 그대로 짐이었다. 오늘날 돈을 제외한 모든 것에 '보유비용'이 들듯이 그때도 그랬다. 농경사회에서는 소나 저장 곡식 같은 소유물을 추구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서로 주고받는 사회적 관계망만큼 안전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었다. 곡식은 썩고 소는 늙어 죽지만 공동체에서 베풀고 살았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자유 화폐는 수렵, 채집인의 경제적 태도를 다시 불러들인다.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내게 백 달러씩 빚진 열 사람이 있는 것보다 천 달러를 갖고 있는 편이 훨씬 더 낫지만, 역이자 시스템에서는 내가 당장 돈 쓸 일이 없다면 전자가 더 낫다. 시간이 지날수록 돈 가지가 감소하므로 다 먹지 못할 만큼의 빵이 있다면 기꺼이 남에게 주듯이 다 쓰지 못할 만큼의 돈이 있다면 기꺼이 남에게 빌려줄 수 있다. 그리고 나중에 돈이 필요하면 그 사람에게서 돌려받거나 여유가 있는 다른 사람에게 새로 빌리면 된다. 원시시대의 사냥꾼도 큰 짐승을 잡으면 대부분의 고기를 친족 내 지위, 개인적 애착관계, 필요에 따라 나눠주었다. 썩어가는 고깃덩어리를 쌓아두거나 산더미같이 쌓인 말린 고기를 이고 지고 다니는 것보다 내게 신세 진 사람이 많은 쪽이 훨씬 더 나았다.

 

3. 자유 화폐 시스템에서 선물의 역할

자유 화폐 시스템에서 부는 지도자가 물자의 흐름이 사회 내 그룹들 간에 호혜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조정하는 조차장 역할을 하는 북서 태평양이나 멜라네이사 지역과 비슷한 개념으로 발전할 것이다. 사회적 지위는 축적된 돈이나 재산이 아니라 막대한 나눔의 책임과 결부될 것이다. 나눔의 성향과 능력이 클수록 명성과 권력과 지도력을 갖게 되는 사회가 상상이 가는가? 고대사회에서는 그랬다. 사회적 지위는 베푸는 관대함에서 비롯되고 관대함은 감사와 의무감을 낳았다. 귀족이나 왕이 되려면 동료와 아랫사람들에게 화려한 진수성찬과 아낌없는 선물을 베풀어야 했다. 

 

자유 화폐경제의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것은 고대의 선물과 비슷하다. 미리 보답을 명시하지 않는 선물의 원리에 어긋나 보일지도 모르지만 분명 선물이 맞다. 돈을 선물하는 게 아니라 돈의 사용을 선물하는 것이다. 옛날에는 선물에 따르는 의무와 기대가 사회적으로 결정되었는데 자유 화폐경제에서도 마찬가지이며, 법률과 협약 등의 형태로 사회적 결정이 이루어질 것이다. 구체적 형식은 다르겠지만 필요 이상으로 가진 사람이 그것을 남과 나눈다는 선물의 역학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타고난 관대함이 표출되는 것이다. 그런 관대함의 표출을 억제하기보다 장려하는 화폐 시스템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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