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문화 차이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낳기도 한다. 공정하게 말하자면 부자를 바라보는 고정관념은 대부분 호의적이다. 조사에 따르면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보다 상냥하고, 유능하고, 호감 간다고 보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렇지만 부자들을 대하는 태도에 아주 부정적인 뜻이 숨어 있는 집단도 많다. 어떤 집단은 부자를 성공한 능력자로 보지만 어떤 집단은 탐욕스럽고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본다. 그립먼 박사가 말한 적대적 시기심이 우리가 쓰는 말에 숨은 여러 미묘한 평가에서 드러난다. 예를 들어 끝내주게 부자인 사람과 추잡하고 역겹게 부자인 사람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차이는 평가를 내리는 사람의 태도에 있고, 태도는 문화와 가치관, 핵심 신념에서 나온다.
1. 소득 수준이 계층을 나눌까
우리 대다수는 자신이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중간 어디쯤에 속한다고 여긴다. 그렇지만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우리와 그들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생각할 때가 많다. 소득 계층과 관련해서는 확실히 그렇다. 타고는 이 성향 때문에 인간은 사회를 크게 편 가르고 그래서 단순하기 짝이 없는 편견과 평가에 쉽게 휘둘린다. 그런 평가는 자신이 속산 소득 집단의 바깥에 있는 사람과 관계를 맺는 능력을 해칠 뿐 아니라, 경제적 이동을 막는 장벽 역할을 하여 재무 살림이 나아지지 못하도록 제 발목을 잡기도 한다.
문화 이야기로 잠깐 돌아가 '헝거 게임'같은 책이나 '인타임'같은 영화를 생각해 보자. 두 이야기에서 사회는 몇 개 구역으로 나뉘어 한 구역에는 최상층이, 나머지 구역에는 빈곤층이 산다. 여기에 나온 상상 속 사회에서는 물리적 장벽이 사회 계층을 따로따로 가로막으므로 사람들은 다른 환경에 사는 이들과 동떨어져 살아간다. 이런 고립과 분할이 마침내 반란과 혁명을 불러온다. 나는 이런 이야기가 우리에게 설득력 있는 경고를 보낸다고 본다. 소득에 따라 사람들 나누는 장벽이 우리 사회에 있지는 않다. 그렇다고 우리가 경제 사정이 극히 다른 사람과 자주 어울리는가? 우리는 장벽이 필요 없다. 엇비슷한 사람끼리 어울리는 단순한 성향을 이용해 스스로 장벽을 만들기 때문이다. 끼리끼리 어울리는 것이 일반적인 사교 방식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타인으로 보는 사람을 인간 이하로 보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이 환경에서 저마다의 체험담에 녹아든 편견이 생겨난다.
2. 사회의 지향성과 개인의 인격
미국의 사회경제 집단은 단지 돈으로만 나뉘지 않는다. 문화 차이도 우리를 가른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 문화 전체를 독립성이라는 말로 대충 얼버무린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 문화는 대체로 독립성을 높이 사는 특징이 있다. 이와 달리 동양 문화를 지탱하는 신념은 근본적으로 상부상조다. 그런데 미국의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 보이는 신념과 태도를 비교하면 지나칠 정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저소득층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기대야 할 일이 흔하다. 이런 필요 때문에 상호 의지, 집단의 규범, 신뢰, 인맥을 높이 사는 문화가 발달했다. 삶에 몸부림친 경험이 같다는 것도 어느 저도 원인이 되어 저소득층 문화는 가족, 성실, 협동, 우정을 대단히 강조한다. 서로 의지하는 것 그리고 커다란 전체의 일부가 되어 이바지도 하고 필요할 때 기대기도 하는 것은 저소득층 문화에서 흔히 보는 가치관이다. 이 가치관은 독립적인 미국인이라는 고정 관련보다 동양 사회를 훨씬 더 닮았다.
연구자들이 독립적인 사회라는 꼬리표가 붙은 미국 출신 사람과 상호 의지하는 사회라는 꼬리표가 붙은 러시아 출신 사람을 살펴 알아낸 바로는, 두 나라 모두 저소득층에서 자란 사람이 고소득층에서 자란 사람에 견줘 자기를 더 상호 의지하는 사람으로 바라봤다. 달리 말해 미국처럼 독립을 높이 사는 문화에서마저 저소득 환경에서 자라면 상호 의지하는 문화에 동질감을 느낄 가능성이 한층 더 크다.
3. 상호 의지하는 사회
독립성을 높이 사는 문화가 아니라 '상호 의지하는 문화에 동질감을 느낀다'란 무슨 뜻일까? 이렇게 생각해 보자. 독립적인 사회에서는 삐걱거리는 바퀴에 기름칠을 하지만, 상호 의지하는 사회에서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 한쪽 문화에서는 군중 사이에서 튀어야 칭찬과 상을 받는다. 다른 문화에서는 튀었다가는 비난을 부른다. 독립적인 문화에서는 독창성, 자립, 자율을 대단히 바람직한 특성으로 본다. 스스로 자기 길을 개척할 줄 알수록 더 우러러보고, 전통을 거스르는 용기를 크게 칭찬한다.
우리 문화 속 여러 이야기에서 이런 주제를 볼 수 있다. 부자가 된 거지 이야기가 그런 예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아니라도 혁명과 우상 파괴, 더 높은 이상을 위해 군중에 맞서 일어서는 이야기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독립적인 사회에서 자란 사람에게는 반응이 좋다. 이와 달리 상호 의지를 바탕으로 삼은 집단은 개인주의에 덜 환호하고 그 대신 봉사하고 배려하고 충실한 행위에 더 감동받는다. 상호 의지하는 사회를 보여 주는 한 사례가 군사 집단이다.
당신과 이웃이 생존을 위해 서로 의지한다면 무리에서 튀는 것은 무리의 일부가 되는 것보다 덜 중요하다. 상호 의지하는 사회는 서로 협동하고 연대해 살아남는다. '모두는 한 사람을 위해 한 사람은 모두를 위해'는 상호 의지하는 사회의 좌우명이다. 튀는 것은 불복이나 집단의 요구에 헌신하지 않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상호 의지하는 문화에서는 다수는 욕구가 소수의 억누르므로, 튀었다가는 가혹한 비난을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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