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이 어떤 의미인지를 찾는다. 그래서 우연히 또는 역사상 운 때가 맞아 특혜를 받을 때 세 가지 방식으로 상황을 해석한다. 먼저 모든 상황을 어쩌다 일어난 우연으로 돌린다. 이 경우에는 공평하게 대접받아 마땅한 사람들이 같은 특혜를 받지 못한다는 죄책감, 그리고 도둑질이나 사기, 폭력을 당할까 두려운 불안을 붙들고 허우적댈 수밖에 없다. 둘째, 체제가 불공정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불공정한 편의를 받는데 따라오는 죄책감과 불안을 마주한다. 마지막으로 체제가 근본적으로 공정하다고 결론을 내린다. 즉 어찌 되었든 우리가 그런 특혜를 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이 방식을 쓰면 우리는 상황을 즐기면서도 죄책감이나 불안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1. 돈은 불공정을 정당화한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현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게임에서 편의를 누린 사람이 승리하고 그것이 마땅하다고 자평한다면 현실 상황에서 편의를 누리는 사람이 그런 성향을 보이기는 훨씬 더 쉽다. 남을 착취하거나 남을 희생시키는 대가로 혜택을 받으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니 우리 마음으로서는 체제가 근본적으로 공정하고 따라서 운 좋은 삶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고 믿는 것이 훨씬 손쉽다. 전통적으로 여러 신앙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의 밑바닥에 질서와 정의가 있다고 가르치는데 이런 가르침이 불공정한 체제를 정당화하는 성향을 부추기기도 한다. 나는 이런 성향이 우리를 사악하게 한다고는 믿지 않는다. 모두 매우 인간다운 일이라 잔인함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실 우리가 체제 정당화에 가담하는 까닭은 세상이 공정하다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이 본디 바르다고 믿을수록 극심한 불공평을 자신의 세계관과 조화시키기가 더 어렵다. 둘을 조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서든 불공평이 당연하다고 결혼을 내려야 한다. 체제 정당화는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대처 전략이다.
2. 돈은 정말로 사람을 움직인다
돈 많은 사람이 연민을 덜 느끼거나 불우한 사람들이 덜 도우려는 듯 보이는 까닭은 또 있다. 알려진 대로, 돈을 그저 떠올리기만 해도 사람들의 행동에는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가 모두 나타난다. 사람들은 돈을 떠올릴 때 한계를 시험하는 일을 더 열심히 하고, 남에게 도움을 청하기 전에 혼자 더 오래 노력하고,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을 대개 더 잘 해내고, 혼자 일하기를 좋아한다. 돈이 불쏘시개가 되어 자립적이고 성취에 집중하게 하는 듯하다. 나중에 시험을 치르거나 중요한 업무를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면 지폐 다발을 먼저 떠올려야 할까?
한편으로 이런 자립성에는 안 좋은 면도 있다. 돈을 떠올릴 때 우리는 자립하고 싶기도 하지만, 남이 우리에게 기대는 것은 싫은 마음도 든다. 돈을 떠올리면 마음이 더 성취지향적으로 바뀌지만 남을 덜 도우려 하고 남이 내 도움을 바라지 않기를 바라는 쪽으로도 움직인다. 더구나 이런 효과는 자기가 돈을 생각하는지 모를 때도 나타난다. 아주 슬쩍만 돈을 떠올리게 해도 우리 두뇌는 자립적이고 성취지향적인 마음가짐에 집중하는 쪽으로 바뀔 수 있다.
3. 돈은 떠올리지 않아도 생각난다
사람이 언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돈을 떠올리는지 연구자들은 어떻게 알아냈을까? 연구자들은 일부러 한 집단에게는 돈을 떠올리게 하는 것을 제시하고, 다른 집단에게는 제시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 조사에서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무리 지은 다음 주어진 단어로 말 만들기를 하게 했다. 이 과제에서 참가자는 저마다 한 묶음에 다섯 단어가 들어간 문제를 30개씩 받았고, 다섯 단어 가운데 네 단어를 써서 어구를 만들어야 했다. 과제가 워낙 단순해서 돈을 떠올리기를 바란다는 낌새를 채지 못했다.
통제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춥다, 오늘, 책상, 날씨, 바깥'처럼 돈 색깔이 묻어나지 않는 단어를 받았다. 이 단어로 참가자들은 '오늘 날씨가 춥다'라는 어구를 만들었다. 다른 집단 사람들은 '두둑하다, 급여, 받는다, 책상, 챙기다'처럼 돈과 관련된 단어를 받았다. 참가자들은 '두둑이 챙겨 받는 급여'를 만들었다. 이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자기들이 돈을 떠올리도록 미리 유도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단어 맞추기 과제가 끝난 뒤 참가자는 저마다 아주 해결하기 힘든 과제를 받았다. 돈과 관련한 단어를 봤던 참가자는 통제 집단에 비해 도움을 요청하기에 앞서 혼자 힘으로 더 오래 과제를 풀었다. 돈을 떠올릴 때 자기 혼자서 일을 달성하려는 성향은 다른 많은 조사에서 되풀이해도 결과가 한결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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